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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플라스틱 오염과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보고

by look-word 2025. 4. 25.

플라스틱 바다 시대, 식탁 위의 경고

현대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해산물. 그러나 이제 해산물은 단백질의 보고이자, 동시에 플라스틱의 운반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해양 환경의 플라스틱 오염은 단순히 해양 생태계 파괴에 그치지 않고,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며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은 '플라스틱 먹는 인간'이라는 보고서에서 인간이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 무게(약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플라스틱 오염의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이슈이다. 그중에서도 수산물은 해양 플라스틱의 가장 직간접적인 피해자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생선과 조개가 플라스틱 오염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산물이 어떻게 플라스틱에 노출되고, 이것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인 사례와 국제 보고를 바탕으로 분석해본다.

플라스틱 오염의 현황과 규모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된다고 추산된다. 그중 80%는 육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시 하수, 하천, 폐수 처리시설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 플라스틱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환되며, 5mm 이하의 크기로 바닷속에 떠다니거나 해저에 침전된다.

국제환경단체 '오션컨서번시'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는 최소 5조 개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이 존재하며, 이 수치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양 동물뿐 아니라 수산업 종사자, 연안 지역 주민들까지도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플라스틱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수산물에서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 사례

과학적 보고는 이미 우리가 먹는 수산물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영국 헐 대학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멸치, 정어리, 굴 등 114종의 수산물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 유통 수산물 30종을 조사한 결과, 조개류의 85%, 멸치의 60%에서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독일 브레멘 대학의 연구에서는 북해에서 잡힌 대구의 30% 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으며, 일본에서는 도쿄만에서 잡힌 해산물의 80%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특히 플라스틱은 단순히 고체 형태로 존재할 뿐 아니라, 다양한 화학 첨가물(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과 함께 존재하며, 이 물질들은 생물의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먹이사슬 내 축적 메커니즘

플라스틱 오염과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보고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기 쉽다. 필터 피딩(여과섭식)을 하는 조개류, 멸치, 크릴새우 등은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입자를 여과하여 몸 안에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작은 생물을 포식하는 중형 어류(고등어, 정어리 등)와, 다시 그것을 섭취하는 대형 어류(참치, 방어 등)로 이어지며, 플라스틱 오염은 생물학적 농축 과정을 통해 고농도로 전달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를 '생물학적 증폭'이라 정의하며, 상위 포식자일수록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경고한다. 생물학적 농축은 생물의 조직에 장기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생선살뿐 아니라 간, 내장 등 다양한 부위에서 오염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섭취하는 소형 어종이나 조개류는 오염에 더 취약하며, 이는 인간의 식탁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대부분은 소화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일부는 혈관이나 림프계로 침투해 장기 내 축적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진은 혈액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영국 퀸메리대 연구에서는 폐 조직에서도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세포 구조를 손상시키는 등 잠재적 위해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표면에 흡착된 유해 화학물질은 내분비계 교란, 면역 기능 저하, 심혈관계 부담, 간 기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나 임산부는 특히 감수성이 높아 더욱 위험하며,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태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대학의 연구진은 동물 실험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정자 형성과 여성 호르몬 분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제 규제와 대응 방안

국제사회는 수산물 안전성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EU SUP Directive)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미세 플라스틱의 식품 내 안전 기준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국가 전략으로 규정하고, 어획·양식 과정의 관리 강화를 통해 수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2년부터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시행하여, 수산물 유통 전 단계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검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주요 어종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 센서 기반의 미세 플라스틱 탐지 기술이 도입되며, 유통 안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안전한 수산물 소비를 위한 우리의 역할

과학은 이미 수산물 속 미세 플라스틱의 존재를 확인했고, 인체 건강에 잠재적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들은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을 지양하고, 검증된 친환경 수산물을 선택함으로써 오염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도 보다 철저한 검역과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수산물은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식재료다. 그러나 그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식탁 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것은 해양 생물뿐 아니라 인간 자신을 위한 실천이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 다음 세대는 더 위험한 바다에서 식량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식탁을 지키는 일은 곧 바다를 지키는 일이며, 이는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