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 :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

식탁 위에 다가온 보이지 않는 위협

한 끼 식사를 준비할 때, 신선한 멸치로 육수를 내고, 굴이나 조개를 곁들인 해산물 요리를 선택하는 일은 많은 가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어패류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해양 생물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고 있음을 경고해왔다. 이로 인해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환경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어패류는 해양 생물 중에서도 플라스틱을 축적할 가능성이 높고, 섭취 방식상 인간에게 직접 전달되기 쉽다. 이 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의 특성과 해양 생물 내 축적 과정을 살펴보고, 왜 우리가 어패류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무엇인가?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은 5m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1차적으로 미세하게 만들어진 제품(스크럽제, 합성섬유 등)과 2차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며 생긴 입자로 구분된다. 해양에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파도, 자외선, 미생물의 작용을 받아 점차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이들 입자는 물에 떠다니며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노출되며, 특히 여과섭식 생물인 굴, 홍합, 조개류 등은 바닷물과 함께 미세 플라스틱을 그대로 걸러내어 섭취하게 된다. 또한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어류는, 플라스틱을 먹은 플랑크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오염된다. 이런 방식으로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 전반에 확산되고, 다시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패류가 위험한 이유

다양한 수산물 중에서도 어패류는 미세 플라스틱 축적률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조개류, 홍합, 굴 등은 먹이 섭취 시 해수를 직접 걸러내는 여과섭식 방식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둘째, 멸치나 새우 등 소형 어종은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체내에 축적된 플라스틱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안에서 채취한 홍합과 조개류에서는 g당 평균 0.47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멸치와 새우에서도 다수의 입자가 확인되었다. 이처럼 어패류는 미세 플라스틱의 ‘최전선’에 있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더욱 문제인 점은 이러한 오염이 자연산과 양식산 모두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수질 오염이 심한 연안에서는 양식 어패류에서도 플라스틱 오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화기계를 통과한 미세 플라스틱의 일부는 체내에 잔류하거나 혈류를 타고 간, 신장, 간, 폐 등 장기에 축적될 수 있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 표면에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환경호르몬, 중금속, 다이옥신 등)이 흡착되어 있어 체내에서 염증 반응, 세포 손상, 면역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와 유아처럼 면역력이 약한 계층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된다. 국내 한 산부인과 연구팀은 태반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되었고, 이는 태아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는 불임, 조기 폐경, 기형 출산 등의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아직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만으로도 미세 플라스틱은 단순한 환경오염이 아닌 건강 위험 요소로 간주하기에 충분하다.

미세 플라스틱 건강 영향 요약표

노출 대상잠재적 영향주요 특징

일반 성인	장기 축적, 만성 염증, 면역 저하	위장관 통과 후 혈류 침투 가능
임산부	태반 침투, 태아 성장 저해	태아에게까지 미세 플라스틱 전달 사례 보고됨
유아/아동	면역력 저하, 발달 장애 가능성	체내 해독 능력이 미숙해 취약함
고령층	내분비계 교란, 기존 질환 악화 가능성	노화된 신체에 누적적 영향 가능성 있음

왜 어패류 소비를 줄여야 할까?

첫째, 현재로서는 어패류 속 미세 플라스틱을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이 없다. 생물 내 장기를 일일이 분리하거나, 소화기관을 제거한다고 해도 조직 내 남아 있는 미세한 입자까지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둘째, 가공 및 유통 단계에서도 오염이 추가될 수 있다. 일부 어패류는 해체·세척 과정에서 플라스틱 도마, 포장 비닐 등과 접촉하며 2차 오염이 발생한다. 이런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어패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자구책이 된다.

셋째, 소비자 선택이 시장을 바꾼다.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소비 패턴을 바꾸면, 기업과 생산자도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의 생산과 유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패류의 전면적인 거부가 아니라, 섭취 빈도를 줄이고,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는 등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체 식재료와 식문화 전환

어패류 소비를 줄이면서도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는 많다. 대표적으로 식물성 오메가3가 풍부한 치아씨드, 아마씨, 견과류 등이 있으며, 단백질 섭취는 콩, 두부, 렌틸콩, 병아리콩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해조류는 해양 식재료이지만 플라스틱 축적률이 낮고, 철분과 요오드 등 미네랄도 풍부하여 대체 식단으로 적합하다.

더불어 국내외에서는 ‘클린 푸드’, ‘제로 플라스틱’ 인증 시스템 도입을 통해 안전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신선함을 넘어,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다와 건강을 함께 지키는 선택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건강과 환경에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특히 어패류는 이 문제의 최전선에 위치한 식재료이며, 그 섭취 방식과 조리 특성상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노출 경로가 된다. 우리가 어패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단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바다를 살리는 행동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와 식습관의 변화는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선택이다. 지금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 세대는 바다를 ‘식량의 보고’가 아닌 ‘플라스틱의 무덤’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