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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생선 속 미세 플라스틱, 누가 감시하고 있을까?

by look-word 2025. 4. 24.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식탁 위의 불안

현대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생선과 조개류. 건강식으로 여겨지며 자주 섭취되지만, 최근에는 그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지며 생긴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 속에 축적되고, 결국 우리가 먹는 수산물로 되돌아온다. 문제는 이 미세 플라스틱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어패류는 체내에 미세 플라스틱을 그대로 축적할 가능성이 높으며, 생으로 섭취하거나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먹는 경우도 많아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유통 구조와 식품 안전 시스템 안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섭취하는 생선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처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는 이 문제를 과연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로서의 권리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 실태: 과연 얼마나 심각할까?

2017년 이후 국내외 다양한 연구 기관과 국제 기구들은 해양 생물 및 수산물 내 미세 플라스틱 검출 실태를 다수 보고하고 있다.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은 연안에서 채취한 홍합, 조개류, 멸치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g당 수십 개 이상 검출되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지역이나 품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30%가 미세 플라스틱 형태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폐플라스틱의 분해나 세탁수, 생활용품에서 직접 유입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떠다니며 조개류, 멸치, 정어리, 고등어 등 다양한 어패류의 체내로 흡수되고, 이들 해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문제는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이 단순한 고형 물질이 아니라, 환경호르몬, 중금속, 다이옥신 같은 독성 물질을 흡착한 채 생물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특히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하는 멸치, 조개, 홍합 등의 경우는 플라스틱이 더 직접적으로 인체에 노출된다. 국제 학술지에서도 멸치 내장, 굴의 조직, 홍합의 체내에서 다수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반복적으로 검출되고 있으며, 해산물 오염이 실질적인 건강 위협이 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 감시 체계: 누가 감시하고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공식적인 감시와 조사를 주관하는 기관으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등이 있다. 이들은 해양 생물 표본을 채취하고, 미세 플라스틱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수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기준 마련에도 관여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연 2회 이상 연안 및 양식장에서 수거된 주요 어종과 조개류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사 항목은 플라스틱 입자 수, 크기 분포, 오염 위치(장기 내, 조직 내 등), 독성 물질의 동시 존재 여부 등을 포함한다. 환경부는 해양수질조사와 별도로 해안가 플라스틱 분포 조사도 병행하고 있으며, 수거된 해양 쓰레기의 성분 분석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 유입량을 간접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확인 가능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정부 보고서, 연구 논문 등에 국한되어 있고, 유통 단계에서의 공개는 미흡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독립적인 검사 기준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단지 ‘국내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산물의 안전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국제 기준과 감시 체계는 어떻게 다를까?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들이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감시 체계도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수산물 오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치를 수립하려는 연구를 2021년부터 본격화했으며, 독일, 네덜란드 등은 자체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농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소비자용 포털 사이트를 통해 특정 수산물의 검사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안전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FDA는 해양수산물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평가하는 틀 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부터 미세 플라스틱 정보 표시 의무화를 법제화해 시범 운영 중이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수산물의 미세 플라스틱 분석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식품 오염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체에 대한 다층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국가/기관주요 내용소비자 정보 접근성

유럽연합 (EU) EFSA 중심으로 미세 플라스틱 기준 수립 연구 진행 국가별 수산물 검사 결과 공개
독일·네덜란드 자체 기준 설정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소비자용 포털사이트 통해 확인 가능
미국 (FDA) 해산물 안전성에 미세 플라스틱 포함해 평가 일부 주에서 표시제 의무화
캘리포니아주 2022년부터 미세 플라스틱 정보 표시 의무화 시행 라벨 표기 및 공개 시스템 도입
일본 (후생노동성) 정기적 분석 및 생태계 기반 감시 체계 운영 국가 차원의 식품 안전 정보 제공

감시 한계와 소비자 알 권리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감시에는 기술적,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고, 수분에 따라 부유하거나 가라앉는 특성이 있어 표본 수집이 까다롭다. 분석에는 FTIR, 라만 분광법 등 고급 분석기기가 필요하며, 해석에도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국가 간 데이터 정확도나 표본 수의 일관성은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수산물에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 여부가 표시되지 않으며, 포장 라벨이나 광고에서도 안전성 정보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을 먹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보유한 조사 결과와 데이터가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며, 소비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가공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대응 방향: 기술, 법제도, 정보 공개

미세 플라스틱 감시 강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기술적 인프라의 확충이다. 고감도 분석 장비의 도입과 함께,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도 필요하며, 연구기관과 민간 실험실의 역할도 강화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법제도의 정비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식품 기준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단계적 대응이 미흡한 상태다. 식약처와 해양수산부가 협력하여 기준치를 마련하고, 이를 수입 식품, 유통 단계, 소비자 판매 시까지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다. QR코드, 앱, 웹사이트 등을 통해 소비자가 쉽게 수산물의 검사 결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이나 공익 광고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해야, 산업계와 정책당국도 변화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시는 시작일 뿐, 선택은 소비자의 몫

생선 속 미세 플라스틱, 누가 감시하고 있을까?

생선 속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전문가나 정부 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안전과 건강, 나아가 해양 환경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연구기관이 아무리 철저하게 감시를 하더라도,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이끌어낼 수 없다.

앞으로의 해답은 기술, 정책, 정보 공개, 그리고 소비자 행동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에만 가능하다. 소비자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시장과 사회가 변한다. 우리는 생선을 고를 때 단지 맛과 가격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환경과 건강의 연결고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