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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by look-word 2025. 4. 27.

문제의 심각성 인식에서 출발한 세계적 대응

21세기 들어 해양 쓰레기, 그중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전 지구적인 환경 이슈로 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플라스틱이 인류 문명과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혁신 소재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분해되지 않은 채 미세하게 조각난 형태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국제 조약, 규제 정책, 연구 협력, 시민 캠페인 등 다양한 글로벌 차원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의 특성상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복합적 문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이고 다국적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수거 및 제거가 불가능에 가까우며, 분해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축적되며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해양산업, 수산물 안전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어젠다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해양플라스틱 조약 추진 동향

현재 미세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가장 주목할 만한 국제 협약은 UNEA(UN 환경총회)가 중심이 된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조약(Global Plastics Treaty)'이다. 2022년 3월 제5차 UNEA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legally binding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까지의 전 과정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각국이 생산량 감축 목표, 재활용률 확대, 불필요한 일회용품 금지 조치를 채택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조약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국가별 감축 목표 설정. 둘째, 비재활용성 플라스틱의 단계적 금지. 셋째, 플라스틱 제품의 설계부터 재활용까지의 생애주기 관리. 넷째, 투명한 데이터 보고 체계 및 국제적 감시 강화. 이러한 체계는 기후변화 대응과 비슷한 방식으로 국제사회 전반에 구속력과 실효성을 가지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 대응 사례

국가별로도 자국의 상황에 맞춘 정책과 입법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EU는 2019년부터 ‘플라스틱 스트로 금지법’을 시작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전면 금지에 들어갔다. 특히 해양에 버려지는 제품 10가지를 집중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는 세탁기 필터 부착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켜, 의류에서 빠져나가는 섬유 미세 플라스틱을 저감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감소 법안’을 도입해, 제조업체에 포장재 사용량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환경보호청(EPA)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독성 평가와 환경영향조사를 주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일본은 ‘마이크로비즈 금지법’을 제정해 화장품과 세정제에 사용되던 미세 플라스틱 원재료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더불어 한국은 2023년부터 ‘생활 플라스틱 자원순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주요 하천 및 해안가에서의 플라스틱 수거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및 학교에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적극 확산하고 있으며, 산업계에는 친환경 포장재 전환을 장려하는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제 연구 협력과 과학기반 대응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 조성, 이동 경로 등이 다양해 단일 국가 차원에서는 대응이 어렵다. 이에 따라 과학계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공유와 통합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UNEP와 WHO, IOC(UNESCO 산하 해양위원회) 등은 공동으로 글로벌 미세 플라스틱 샘플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60여 개국이 참여한 ‘Global Microplastics Initiative’를 통해 해양, 담수, 토양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분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국제연합산하 해양기후관측시스템(GCOS) 및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미세 플라스틱의 해상 이동 경로와 축적 지점을 추적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공동 연구를 통해 강 하구 및 항만 지역에서 고농도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되는 경로를 밝히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차단 기술 및 정화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국제 해양학회에서는 2023년부터 ‘플라스틱 생물영향 평가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국제 인증제도(예: 수산물의 플라스틱 프리 인증)를 통해 소비자 정보 제공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과학적 기반 위에 정책과 인증이 결합된 다층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시민사회 캠페인의 역할

정책과 연구 외에도 글로벌 기업과 시민사회의 참여도 미세 플라스틱 저감에 있어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코카콜라, 유니레버, P&G, 네슬레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플라스틱 중립’을 선언하고, 제품 포장재를 종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사의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을 보고하고 자발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Break Free From Plastic’ 캠페인은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기업 책임을 추궁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Plastic Soup Foundation'은 시민 참여와 교육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린피스, 오션클린업 등은 직접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운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일부 단체는 해양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은행(World Bank)과 GEF(세계환경기금)는 저개발국가의 폐기물 관리 인프라 개선 사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며, 개발도상국의 해양 플라스틱 저감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향후 과제와 전망: 규범의 통일성과 실효성

국제적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각국의 법적 수준과 경제력 차이로 인해 이행 속도와 기준이 상이하며,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플라스틱 산업의 급성장이 오히려 규제를 어렵게 만든다. 둘째, 기업의 자발적 감축 노력은 홍보에 그치기 쉬우며, 실질적 규제와 감시가 병행되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미세 플라스틱의 표준 정의 및 분석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국제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향후에는 국제표준(IS0)이나 UN 기준에 기반한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 산정법, 감축 목표의 명문화, 이행 평가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제한하거나 세제를 부과하는 ‘생산단계 규제’와 소비자 교육을 포함한 수요관리까지 통합된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필터링, 생분해 소재, AI 감시 시스템 등이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국제적 협력 없이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구속력 있는 제도와 실효성 있는 조치가 국제사회 전체의 공통 목표로 자리잡아야 할 때다. 모든 국가와 이해관계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행동할 때, 비로소 바다는 다시 회복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