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오른 보이지 않는 오염원
최근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양 생물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크기를 가진 미세한 합성 물질로, 해양 환경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외선, 파도, 미생물 등에 의해 분해되며 생성된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해양 생물의 섭식 활동 중 무의식적으로 흡수되며 생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특히 인간이 자주 섭취하는 수산물의 일부는 내장째 섭취되기 때문에, 그 안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직접적으로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수산물 속 미세 플라스틱은 단순한 해양 오염의 결과가 아니라, 먹거리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다.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생선류와 조개류, 해조류 등은 해양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해양 상태가 곧 식품의 안전성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소비자에게 수산물 선택 기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부와 업계, 학계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게 만든다.
국내 연구진들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해역과 양식장을 대상으로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단순히 양식 어류보다 자연산 어류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도 이제는 재고할 시점이다. 오히려 통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자연산 어류의 체내에 더 많은 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있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높은 수산물의 종류를 중심으로, 각 생물종이 어떤 경로로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들 수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우리 소비자들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본다.
내장을 함께 먹는 수산물: 멸치, 굴, 홍합
멸치, 굴, 홍합은 한국인의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산물로, 대부분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이들 수산물이 서식하는 해양 환경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바닷물과 함께 여과하는 형태로 먹이를 섭취하는 생물에게 그대로 흡수되며, 그중에서도 굴과 홍합은 대표적인 여과섭식성 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홍합의 1g당 평균 0.47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이다. 굴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나타났으며, 특히 양식된 굴보다 자연산 굴에서 더 많은 오염이 보고되었다. 멸치의 경우, 말린 멸치 기준으로 내장에 5개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멸치류는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먹은 플랑크톤을 통해 오염된다.
이러한 여과섭식 생물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하거나, 미세 입자가 여과망에 걸려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인간의 직접 섭취로 이어지는 경로가 매우 짧다. 특히 국물 요리에 사용되는 멸치나 날 것으로 섭취되는 굴, 홍합 등은 가열 과정을 거치더라도 플라스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이러한 식재료를 섭취할 때 세척을 강화하거나, 출처가 명확한 안전 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터 기능을 가진 생물: 조개류, 바지락, 모시조개
조개류 또한 미세 플라스틱 축적 위험이 높은 수산물 중 하나다. 이들은 여과섭식 방식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속에 있는 미세 생물을 섭취하는데, 이때 물속에 포함된 플라스틱 조각도 함께 흡수하게 된다. 조개는 생물학적으로 여과한 입자를 소화기관으로 보내며, 그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남게 된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연구에서는 시중에서 판매 중인 조개류의 70% 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국내 한 식품안전 관련 연구소의 실험 결과에서도, 전남 지역 해역에서 채취한 바지락과 모시조개에서 각각 평균 0.3개/g, 0.5개/g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생활 하수나 해양 투기로 인해 오염된 연안 해역에서 채취되며, 그만큼 환경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조개류는 주로 찜, 구이, 국물 요리 등 다양한 형태로 섭취되며, 일부는 껍데기만 제거한 상태로 통째로 조리되기 때문에 섭취자 역시 플라스틱과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개류는 일부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고영양 식품으로 권장되는 경우가 많아, 취약 계층의 노출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의 수질 개선, 조개류 안전성 검사 강화, 소비자 인식 제고 캠페인도 절실한 시점이다.
상위 포식어종: 고등어, 참치, 연어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최하위 생물에서 시작되어 상위 포식자에게 전이되는 '생물 농축(bioaccumulation)' 현상을 통해 더욱 심각해진다. 고등어, 참치, 연어는 대형 어종으로 인간의 섭취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이들 역시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태국 국립어업연구소는 연어에서 평균적으로 한 마리당 2~4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으며, 노르웨이의 연구기관은 참치와 고등어의 소화기관에서 다량의 플라스틱 섬유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참치와 연어는 플라스틱 오염 해역을 지나며 장시간 이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역에서 오염 물질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이들 생선은 내장을 제거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체 및 유통 과정 중 소화기관과 근육 조직이 접촉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잔존할 수 있다. 또한 조리 시 피부나 근육 사이에 남아 있던 미세 입자가 고온에서 분해되며 독성 화학물질로 전환될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형 어류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유통 과정에서의 위생 상태, 조리 전 세척 방법, 포장 재료 등의 복합적 요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의 행동 변화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수산물 오염은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식품 안전, 공공 보건, 지속 가능한 해양 산업 모두와 직결된 사안이다. 내장을 함께 섭취하는 멸치나 굴, 홍합은 물론이고, 고등어와 참치 같은 대형 어종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수산물을 선택할 때도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정부 차원의 해양 모니터링 강화, 수산물 검역 기준의 재정비, 양식 산업에서의 친환경 시스템 도입 등 제도적인 변화도 병행되어야 하며, 소비자 역시 가능한 한 신선하고 안전한 유통 경로를 선택하고, 수산물 손질 및 조리 시 불필요한 내장 섭취를 줄이는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마
'환경보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패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 :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 (0) | 2025.04.23 |
---|---|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 플라스틱, 사람에게 끼치는 위험성 (1) | 2025.04.23 |
미세 플라스틱의 여정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0) | 2025.04.22 |
플라스틱 바다 시대, 당신의 식탁은 안전한가? (0) | 2025.04.22 |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결국 다시 우리 품으로 (0) | 2025.04.21 |
생선회 한 점 속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의 충격 진실 (0) | 2025.04.20 |
해양 미세 플라스틱, 우리가 먹는 생선은 안전할까? (0) | 2025.04.20 |
탄소 중립 건축의 미래: 2050년의 도시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0)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