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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지속 가능한 건설 기술의 발전 _ 모듈러 건축

by look-word 2025. 4. 17.

 건설 산업의 기후 변화 대응 과제

건설 산업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약 39%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건축 자재의 생산, 운반, 시공, 폐기 등 모든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건설 방식은 인력 중심, 현장 중심으로 운영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공사 기간의 연장, 운송에 따른 연료 소비가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건설 프로세스 자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모듈러 건축(Modular Construction)’은 탄소 감축을 위한 유망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장 기반 제작, 현장 최소 시공,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특징으로 하는 이 방식은 설계·생산·설치 전 과정에서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특히 모듈러는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재사용과 이동성까지 갖추고 있어 '순환경제형 건설 모델'로도 각광받는다. 본 글에서는 모듈러 건축의 구조, 탄소 절감 메커니즘, 실제 적용 사례, 스마트 기술 융합 및 향후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모듈러 건축이란? – 개념과 기본 구조

모듈러 건축은 벽체, 바닥, 천장, 욕실, 주방 등 건물의 구성 요소들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놓고,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흔히 ‘프리패브(Prefabrication)’라고도 하며, 조립식 건축의 고도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모듈 하나는 단독 유닛으로 완성도가 높아 전기 배선, 배관, 마감재 시공까지 완료된 형태로 운반된다. 이 모듈들을 현장에서 크레인을 통해 빠르게 연결하면 하나의 건물이 완성된다.

전통적인 현장 시공 방식은 날씨, 노동자 숙련도, 자재 낭비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지만, 모듈러는 공장 내 일정한 환경에서 일괄 생산되므로 품질 편차가 적고 효율이 높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사 지연과 노동력 부족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모듈러 방식은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재난 지역이나 군사 기지, 외곽 병원 건설 등 시급한 건설 수요가 있는 현장에서 빠른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크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고층 모듈러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32층 고층 주거용 건물 ‘461 Dean’은 대부분의 유닛이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로 구성돼 시공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국내에서도 LH공사와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임대 모듈러 아파트’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1~4층의 복층 주거단지, 호텔, 기숙사 등에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의 탄소 절감 효과

모듈러 건축의 탄소 감축 효과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도출된다. 첫째, 공장 내 제작을 통한 자재 낭비 최소화이다. 전통 건축은 현장에서 자재를 절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폐자재가 많이 발생하지만, 모듈러는 공장 내 자동화 절단 시스템을 사용하여 정확한 양만큼만 생산하므로 자재 손실률이 현저히 낮다.

둘째, 현장 운송과 시공 효율성이다. 모듈은 한번에 완성된 형태로 운반되어 설치되므로 시공 기간이 단축되고, 장비 사용도 감소된다. 이로 인해 중장비 사용으로 인한 연료 소비 및 배기가스 배출이 대폭 줄어든다. 또한 장기간의 현장 소음, 분진, 공사장 폐기물도 줄어 도시 환경 개선에 기여한다.

셋째, 공장은 에너지 소비 최적화가 가능하다. 건설 현장과 달리, 공장은 작업 흐름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LED 조명, 고효율 환기 시스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

넷째, 순환형 자재 재사용과 모듈 이동성이다. 기존 건축물은 해체 후 대부분이 폐기되지만, 모듈러는 해체가 용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어 재사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MUJI 하우스’는 해체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조립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일종의 ‘이동형 주택’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은 도시의 건축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의 순환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탄소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영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일 면적의 건축물을 모듈러 방식으로 시공할 경우, 전통 방식 대비 전체 탄소 배출량이 최대 45%까지 감소하며, 공사 기간 단축 효과도 평균 30%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미래 도시와 기후 정책을 설계하는 데 매우 유의미한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친환경 자재와 모듈러의 결합

모듈러 건축의 환경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정 효율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용되는 건축 자재 역시 저탄소, 지속가능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바이오 기반 재료, 재활용 자재, 저탄소 시멘트 등의 친환경 자재가 모듈러 시스템과 결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CLT(Cross Laminated Timber)는 여러 겹의 목재를 엇갈리게 접착한 구조 패널로, 강도가 높고 내화 성능이 뛰어나며,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까지 있다. 캐나다, 오스트리아, 일본 등에서는 고층 목조 모듈러 빌딩을 짓는 데 이 자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최근 강원도 산림청 주도로 CLT 공공건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절연재, 해조류 기반 단열재, 지열을 활용하는 고흡수 친환경 타일 등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재는 일반 자재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절감, 유지관리 비용 절감,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감안할 때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춘 솔루션이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의 한 초등학교는 90% 이상의 친환경 자재로 제작된 모듈러 유닛으로 구성되었고, 실내 공기질 지수와 에너지 소비량 모두 지역 평균보다 30% 이상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자재 선택 하나하나가 기후 변화 대응과 직결되는 시대에, 모듈러 건축의 자재 전략은 곧 환경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사례로 본 탄소 절감 효과

지속 가능한 건설 기술의 발전 _ 모듈러 건축

모듈러 건축의 실효성은 다양한 국가의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영국 런던 크로이든 지역의 44층 모듈러 아파트 타워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주거 건물로, 전체 구조물의 95%가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로 구성되었으며, 시공 기간이 기존 대비 40% 단축되었고 건설 폐기물은 80% 이상 감소했다. 특히, 현장 공사로 인해 주변 교통과 소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두 번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템포 하우징’ 프로젝트다. 해상 운송 컨테이너를 활용해 저렴한 임대형 주거로 전환한 이 사업은, 젊은 세대의 주거난 해결과 동시에 자재 재사용이라는 친환경 가치를 실현했다. 해당 단지는 해체 후 재조립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도시의 변화에 따라 이동형 주거 공간으로도 전환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고양시의 ‘제로에너지 모듈러 주택단지’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LH공사와 국토부가 주도한 이 사업은 고단열 패널, 고효율 창호, HRV 환기 시스템, 지붕형 태양광까지 결합하여 에너지 자립률 75% 이상을 달성했으며, 주민들의 체감 난방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모듈러 구조의 특성상 이후 확장성도 고려되었고, 추후에는 스마트 그리드 연계까지 계획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듈러 건축이 단지 공기 단축의 도구가 아니라, 탄소중립 도시 구현을 위한 실질적이고 검증된 수단임을 보여준다.

<국가사례명주요 내용 및 탄소 절감 효과>

🇬🇧 영국 크로이든 44층 모듈러 타워 시공 기간 40% 단축, 폐기물 80% 감소 등
🇳🇱 네덜란드 템포 하우징 재사용 컨테이너 주택, CO₂ 50% 절감
🇰🇷 한국 고양 제로에너지 모듈러 단지 에너지 자립률 75%, 난방비 절반 감소

 최신 기술과 스마트 모듈러 시스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모듈러 건축은 단순한 기계적 조립을 넘어, 첨단 기술과 융합되어 더욱 스마트한 시스템으로 발전 중이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설계 자동화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구조와 자재 조합을 도출해준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모듈러 시스템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자재 충돌 방지, 물량 자동 산정, 유지보수 데이터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어 탄소 배출을 사전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모듈러 유닛은 실시간으로 조명, 온습도, 환기,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조정해 에너지 낭비를 방지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스타트업은 ‘제로에너지 스마트 모듈러 오피스’를 개발하여, 사용자가 없는 공간은 자동으로 조명을 끄고 난방을 조절해 운영 전력의 30% 이상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성남 판교에 스마트 모듈러 복합연구센터가 조성 중이며, 빅데이터와 연계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주거-상업-문화가 결합된 미래형 건축이 실험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모듈러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건축을 넘어, 도심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통제하는 ‘스마트 시티’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할 전망이다.

 지속 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표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듈러 건축은 단순한 공사 기간 단축 기술을 넘어서 탄소 절감, 자원 순환, 에너지 자립, 스마트 기술 융합까지 아우르는 미래형 건설 모델이다. 특히 도심지 재생, 공공주택 확산, 재난 대응, 교육시설 확장 등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는 모듈러 기술과 친환경 자재, 에너지 네트워크, 도시계획 전략이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정책적 지원과 설계기준 정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 건축은 '얼마나 빠르게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배출하고 오래 쓰느냐'로 평가될 것이며, 모듈러 건축은 그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축하는 핵심 해법이 될 것이다.